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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서관 기행

세계도서관기행
카테고리 인문 > 문헌정보학 > 도서관사
지은이 유종필 (웅진지식하우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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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희의 즐거운 책 읽기] 세계 도서관 기행/유종필 / 웅진지식하우스

오래된 서가에 기대어 도서관을 읽다 
 
고대 로마의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바친 결혼선물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로마의 정복지인 시리아 지역에 있던 페르가몬도서관의 20만 장서를 통째로 배에 싣고 와 연인에게 애정의 증표로 바쳤다. 화재로 도서관 장서가 손상되어 상심하던 그녀를 위로하기 위한 선물이었던 것. 영웅들을 매혹시킨 아름다운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어려서부터 도서관을 애용했던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왕이었다. 그녀의 지혜와 지략, 유려한 언변은 도서관에서 갈고 닦은 내공에서 나온 것이다.
클레오파트라가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고대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은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규모인 70만 장서를 보유했다고 한다. 전성기에는 당대 최고의 작가와 학자들을 모셔와 최고의 대우를 해주면서 연구에 전념케 하는 등 연구센터 역할을 했다.

로마와 아테네가 인문학 중심인 데 반해 이곳은 천문학`지리학`물리학`화학 등 자연과학도 중시했다. 그 유명한 아르키메데스, 에라토스네스, 유클리드 등이 이곳 출신이었으며, 이 도서관으로 인해 알렉산드리아는 지중해의 지적인 수도로 불리었다. 하지만 정복전쟁이 빈번했던 고대에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은 여러 번 불타고 약탈당했다.

지금의 도서관은 1990년 무바라크 대통령이 세계 여러 나라의 도움을 받아 새로 지은 것이다. ‘지중해의 영원한 일출’을 상징하기 위해 건물 일부가 물속에 잠기도록 하여 바다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을 연출하였으며, 거대한 해시계를 형상화한 모양이라고 한다.

서울 관악구청장인 유종필의 ‘세계 도서관 기행’을 읽었다. 저자는 국회도서관장 재직 시절 세계 최초의 도서관인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여정을 시작하여 유럽`러시아`중국`일본`우리나라까지 여러 도서관들을 둘러보고 이 책을 냈다. 세계 각국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도서관들과 도서관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책 속에 담겨 있다.

프랑스의 미테랑국립도서관은 미테랑 전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현대적인 국립도서관을 짓겠다고 공언해 그의 임기 중에 지어졌다.

센 강변에 20층짜리 대형건물 네 개가 책을 반쯤 펼친 모습으로 네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형상의 이 도서관은 우리나라 63빌딩보다도 훨씬 큰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관 건물이다. 테마별로 구분되어 있는 네 개의 탑의 명칭은 각각 ‘시간`법률`문자`숫자’이며, 이것들은 지하로 연결되어 있다. 이 네 개의 웅장한 유리탑은 인간이 쌓아온 파괴할 수 없는 지식을 상징한다. 1천400만 권의 장서를 포함해 3천만 점의 자료가 소장되ㅁ어 서가의 길이가 400여㎞나 된다.

2차 대전 중 독일군이 레닌그라드를 900일간이나 봉쇄해 식량과 연료 공급을 차단했을 때도 단 하루도 문을 닫지 않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도서관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혹한이 유달리 극심해 영하 30~40도까지 수은주가 내려갔지만 유리창이 깨지고 난방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단 하루도 도서관을 닫지 않았다는 것. 살인적 추위와 배고픔, 날아오는 포탄 속에서 도서관의 자료와 열람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 결과 당시 직원의 절반 정도가 사망했다고 한다. 극한 상황에서도 도서관 문을 닫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저자의 말처럼 도서관이 그 자체로 희망이었기 때문이리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도서관에 대해 ‘더 큰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라고 정의하면서 사서는 ‘진실과 지식의 수호자’라고 말했다. 그는 현시대를 ‘지식이 권력이 되고 성공의 관문이 되는 시점’이라고 하면서 도서관에 대한 강한 신뢰를 표현했다. 아르헨티나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보르헤스는 ‘천국이 있다면 아마 그것은 도서관의 모양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은 인류가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말도 있다. 멋진 건물과 귀한 책들로 가득한 도서관을 세우는 것이 정치가와 행정가의 몫이라면, 귀한 도서관을 잘 활용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리라.

용학도서관 관장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2011년 04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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