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관/국내소식

울산교육청·구청, 도서관 운영 감정싸움

ㆍ중부·남부·동부도서관 소유권·운영주체 서로 달라
ㆍ교육청 “구청 지원금 늘려야” 구청 “운영권 넘겨라”

울산시교육청과 남구청을 비롯한 일선 구청들이 도서관 운영을 놓고 시비를 벌이고 있다. 교육청은 도서관 소유권을 가진 구청에 운영지원금 확대를 요구했다. 그러자 구청이 아예 도서관 운영권을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청과 구청은 도서관 이관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의 부실운영 방지와 도서관 인력 재배치 등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 소득 없는 감정싸움 = 사태의 발단은 교육청이 최근 남구청에 “도서관 운영비 지원금을 확대하지 않으면 남부도서관에 파견된 교육청 직원들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히면서 비롯됐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도서관은 남부·중부·동부 등 3곳이다. 이들 도서관에는 교육청 파견 직원 93명이 근무 중이다. 울산 남구·중구·동구 등은 이들 도서관의 연간 총운영비(60억여원) 중 약 5%(2억9600여만원)를 시설비 명목으로 지원한다. 인건비·도서구입비 등 대부분의 운영예산은 교육청이 부담하고 있다.

울산 남구 옥동에 있는 남부도서관 전경. | 백승목 기자

남부도서관의 경우 1989년 3월 설립됐다. 교육청 직원 32명이 파견돼 있다. 도서관 소유는 남구청이지만, 운영은 교육청이 맡고 있다. 남구청은 “운영비 지원을 요구하면서 직원 철수를 운운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교육청이 예산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아예 구청 자체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도서관 운영지원금을 둘러싼 시비가 남구청과 교육청 사이의 감정싸움으로 비화된 것이다. 남구청은 “교육청이 인력을 필요 이상으로 배치하는 등 방만하게 운영한 것이 도서관 운영 자금난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교육청은 “공공도서관의 시설이 열악해 시민들의 불편이 많은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설비와 운영비 지원을 요구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남구청은 구정조정위원회를 통해 도서관 운영권 이양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남구청과 교육청으로 나뉜 도서관의 ‘한 지붕 두 가족’ 같은 운영주체가 남구청으로 단일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두겸 구청장은 “남구뿐 아니라 중구와 동구 등 교육청과 공동으로 도서관을 운영 중인 지자체들도 남구청의 사례를 따라 도서관 운영권 이양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 풀어야 할 과제는 ‘산 넘어 산’ = 남구청은 도서관 인력을 대폭 감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서관 인력을 현재 32명에서 16명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지금처럼 도서관장(3급 부이사관)을 비롯한 높은 직급의 직원을 배치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직제를 개편해 인력을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인력으로 지금까지 유지해 온 도서관 시설 및 도서관리, 도서 대출 및 일반 행정업무 등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민단체들은 인력 감축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울산시민연대 김태근 대외협력실장은 “즉흥적인 도서관 운영권 이양은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면서 “예산과 인력 감축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실장은 이어 “이 기회에 서비스 형태 다양화를 비롯한 도서관 운영 전반에 관한 면밀하고 종합적인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에 파견된 교육청 직원들의 재배치도 문제다. 교육청은 남부도서관에서 직원 철수가 가시화하면 잉여 인력을 울주도서관 등 교육청 소유의 도서관이나 사서가 없는 일선 학교 등에 재배치할 것을 검토 중이다. 전교조 울산지부 조성철 정책실장은 “파견 인력을 철수할 경우 직원의 인사 불이익이 우려되고, 전공과 다른 업무를 하게 될 가능성도 큰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입력 : 2011-04-25 22:38:03ㅣ수정 : 2011-04-25 22:38:28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