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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러시아, 독서율 해마다 줄어 근심

문학의 나라’ 러시아, 독서율 해마다 줄어 근심  

‘책을 읽자’ 프로젝트란? ‘츄리닝’을 입고 등장한 위대한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 체호프, 푸시킨이 고골,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독서를 홍보하는 랩을 읊는다. (사진출처=SLAVA)

러시아인이 하루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약 9분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 관계 기관·단체들이 독서 대중화에 앞장서 인터넷 공간을 통한 바이럴 캠페인으로 네티즌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기나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학년이 시작되는 '지식의 날'이었던 지난 9월 2일 "생태학자들, 개발론자들의 원시림 파괴 경고", "여자를 희롱한 자신의 친구를 권총으로 쏴죽인 파티광", "고위 관리의 아내, 애인과 말다툼 끝에 자살", "외지에서 온 청소부, 알고보니 잔혹한 개사냥꾼" 같은 기사 제목들이 러시아 인터넷 뉴스 헤드라인을 점령했다.

이 '가짜' 기사들의 본문 내용을 읽어보면 러시아 고전문학작품인 체호프의 '벚꽃 동산',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투르게네프의 '무무'의 핵심 줄거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혼자서 이 '암호'를 풀지못한 독자들도 기사 제목을 클릭해 특별제작된 사이트로 이동하는 순간 수수께끼를 풀게 된다. 이 사이트에서는 기사 본문에서 관련 문학작품 원문으로 이동하게 되며 작품 전문을 무료로 온라인으로 읽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게 되는 뉴스의 내용이 러시아 고전문학 속에서 언젠가 다 다뤄졌던 주제들이라는 사실을 이런 방법으로 우리는 네티즌과 인터넷 뉴스 소비자들에게 상기시켜주고 싶었다"고 러시아연방 출판매스컴청(Роспечать)의 유리 풀랴 정기간행·도서출판·인쇄국장은 설명한다. 출판매스컴청은 러시아도서연맹, 광고회사 SLAVA와 함께 독서 대중화 캠페인을 공동 주최하고 있다. 초중고 시절 학과과목으로 배우고 끝나는 것으로 여겨지는 러시아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는 것이 캠페인의 최대 목표다.

유리 풀랴 국장은 설명한다. "이번 캠페인은 매우 친근하고 흥미로우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유익하다는 점이다. 이 '기사'를 읽은 네티즌들은 SNS에 기사를 공유하게 되고 그렇게 인터넷 상에서 문학에 대한 수다가 다층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창의적 욕구를 발휘하려는 사람이 나타나고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고전작품을 모티브로 자신만의 '기사'를 쓰면 그것은 퍼나르는 사람이 생기고, 그렇게 네티즌 사이에 화젯거리가 되다보면 문학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자신만의 '기사' 제목을 등록할 수 있는데, 그와 동시에 상품이 걸린 네티즌 기사제목 공모전에 참가하게 돼 권위있는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받게 된다. 링크를 따라 홈페이지를 찾은 네티즌들은 손쉽게 이 게임에 동참한다. "자매들, 질투심 때문에 모자 살해 기도", "관리의 딸, 정신병자와 교제 고백" 같은 제목들이 그것이다. 인터넷 뉴스 포털에서 "야권 지도자 모친, 장기 수감 가능성"(고리키의 '어머니'를 모티브로 쓴 가짜 기사)이라는 제목을 접한 네티즌 사이에선 야권 인사 어머니의 운명에 대해 심각한 걱정의 댓글이 쏟아지는가 하면 유기동물들에 대한 실험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 사회학자들은 러시아의 독서문화가 해가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문학 대중화 캠페인이 시작됐다. 2013년 여름 한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44%가 일 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회사 TNS Russia의 조사 결과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인들이 미디어매체를 이용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이며 그중 1.8%, 그러니까 하루 약 9분만을 독서에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상황에서 독서 대중화에 특별한 관심이, 특히 국가 차원에서 기울여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06년에 정부는 '독서 지원 발전 국가 프로그램'을 채택했는데 그 일환으로 다양한 흥미진진한 행사들이 기획됐다. 재작년 출판매스컴청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책을 읽자(Занимайся чтением)'란 프로젝트가 그 예다. 이들은 톨스토이, 체호프, 푸시킨이 고골, 도스토옙스키와 같은 위대한 러시아 작가들에게 '츄리닝'을 입히고 인상적인 랩을 중얼거리게 만들었다.

출판매스컴청 외에 여러 출판사, 사회단체, 심지어 모스크바지하철까지 나서 독서 보급에 힘쓰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관련 행사들이 상당히 정기적으로 이루어졌다. 2008년 대형출판사 AST가 실시한 '책을 위한 변호(Слово за книгу)' 캠페인은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유명 러시아 작가들의 말이 인쇄된 현수막을 이용하는 고전적 캠페인이었다. 그런가 하면 엑스모 출판사는 인기 있는 방송인, 음악인, 축구선수, 코치들을 동원해 독서의 유익함을 홍보하는 프로젝트를 펼치기도 했다.

또 다른 프로모션 캠페인들은 텍스트의 세계로 잠재적 독자들을 곧바로 안내하기도 한다. 모스크바 지하철이 기획한 '책 읽는 모스크바(Читающая Москва)'와 '지하철의 시(Поэзия в метро)'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 차량 안에는 광고판 대신에 문학작품의 발췌문과 작가 약력, 작품 속 삽화, 관련 그래픽이 게시돼 있다. 특정 테마별로 선정된 게시물들이 주기적으로 교체된다.

2012년 출판매스컴청이 시작한 캠페인 '공원에서 책을(Книги в парках)'을 통해 고리키 공원을 비롯해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원 다섯 곳이 작가들과의 만남을 위한 장소로 변모했고, 이들 공원에는 모스크바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매할 수 있는 '고골 모듈(Гоголь-модуль)'이라는 이름의 키오스크들이 생겼다. 또한 잔디아트(Grass art) 기법으로 공원의 잔디에 작가들의 얼굴이 새겨졌다.

앞으로 러시아 전역에 독서 동호회를 만드는 계획이 추진 중이다. 이같은 동호회는 금년 11월 벌써 여러 지방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며, 유명작가들과 출판인들과의 화상회의도 계획돼 있다.

2013년10월2일 알료나 트베리티나, Russia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