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총학생회 주도로 만들어진 건국대 학술자치기구 ‘생활도서관’이 이번에는 총학생회에 의해 15년 만에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생활도서관은 건국대 총학생회 산하의 유일한 학술기구로 인문·사회과학서적 서평대회, 명사 초청 강연, 학술세미나 개최 등을 진행하는 학생 자치조직·공간이다. 취업·수험서가 점령한 대학의 ‘공식’ 도서관과 달리 자유로운 독서와 토론을 장려하는 활동을 해왔다.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19일 건국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산하기구로 생활도서관을 두도록 규정한 회칙 개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개정안은 총학생회 산하기구에서 생활도서관 관련 규정을 제외하는 것으로 이달 말 열리는 임시 전학대회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생활도서관 폐지 입장의 총학생회 간부는 “학생회비를 지원받는 데 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학생 수가 10여명에 불과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안건 상정 이유를 밝혔다.
반면 생활도서관 운영진은 “그간 활동 내역과 사업 규모를 봤을 때 학생회 조직에서 배제한다는 건 사실상 폐지를 의미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매 학기 총학생회가 걷는 학생회비 1억1000만여원 가운데 370만원이 생활도서관에 배정되고 있다.
생활도서관 존속을 지지하는 학생들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지난 18일부터 교내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고려대·이화여대 등 타 대학 생활도서관의 지지 성명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어광득 생활도서관 운영위원(25·법학과)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가 최우선 과제가 된 대학 내에서 그나마 학문의 다양성과 자유로운 학술활동이 보장되는 기구에 대해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초청 강연에 참석하는 수백명의 학생과 문화 사업 등을 고려할 때 생활도서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학은 생산성만을 따지는 곳이 아니다.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것이 대학의 중요한 기능인데, 학생들이 비판적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돼온 생활도서관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입력 : 2011-04-21 10:18:49ㅣ수정 : 2011-04-21 10: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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