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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독서를 통해 ‘기억력’ 높이는 방법

 
“아무래도 저 치매인가 봐요. 책 읽은 지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내용이 가물가물해요. 어쩌면 좋죠?”

책 읽기 강의를 하다 보면 이런 고민을 호소하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분명 읽을 때는 흠뻑 빠져 재미있게 읽고 감동도 받았는데, 기억이 안 난단다.

그러면서 기껏 바쁜 시간 쪼개 열심히 책을 읽었는데 어떤 내용을 읽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면 읽으나 마나 한 것이 아니냐며 시무룩해한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오해 못지않게 많은 사람이 책을 읽으면 내용을 다 기억해야 한다고 믿는다.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면 책을 읽어도 읽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책을 읽고 자신을 변화시키려면 책 내용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내용이 책에 담겨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깨달음을 얻고 생활에 적용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번 읽은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게 기억력을 강화하는 두뇌 훈련을 해야 할까? 아니면 머리를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총명탕이나 영양제를 먹어야 할까?

다 정답은 아니다. 책 읽는 방법을 바꾸면 된다. 책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책을 읽고 기억하지 못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탓을 한다. 기억력이 좋지 못하거나 머리가 똑똑하지 않아 책을 읽고도 금방 잊어버린다며 한탄을 한다. 예전에 비해 사람들의 기억력이 떨어지긴 했다. 디지털 때문이다.

기억력은 머리를 쓰면 쓸수록 좋아지는데,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더 이상 사람들은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는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부에서 찾기만 하면 되니, 애써 암기할 이유가 없다.

요즘 사람들은 길도 잘 모른다. 친절한 내비게이션이 하나부터 열까지 길을 안내해주니, 신경을 곤두세우며 길을 찾지 않아도 된다.

어디 그뿐인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똑똑한 인터넷 사이트에 질문만 하면 알아서 척척 대답을 해주는데 뭣하러 골치 아프게 머릿속에 담아두겠는가.

에빙하우스 망각곡선. ⓒ박상배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의 기억력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그건 전체적인 흐름이지 어느 특정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책을 읽고 기억하지 못하는 게 개인 탓은 아니라는 얘기다. 원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독일의 심리학자인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는 장장 16년에 걸친 망각실험을 통해 사람이 망각의 동물임을 입증했다. 에빙하우스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지식을 습득한 후 10분이 지나면 바로 잊기 시작한다고 한다.

망각 속도가 무척 빨라 1시간이 지나면 50퍼센트를 잊고, 하루가 지나면 약 70퍼센트를 잊고, 한 달 뒤에는 약 80퍼센트 이상을 망각한다고 한다.

사람의 뇌가 애초부터 불과 하루 만에 약 70퍼센트를 잊어버리도록 되어있으니, 어제 읽은 책을 오늘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

망각의 법칙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서울대에 다니는 학생들도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러니 저자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책에 등장한 주요 인물이 누구였는지 생각나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 다 똑같으니까 말이다.


네 번은 반복해야 뇌가 기억한다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는 ‘해마’다. 해마에 저장할 수 있는 기억의 양은 무한대에 가깝다. 해마에 저장하는 내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해마의 크기와 기억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 번 저장된 내용을 영원히 기억해두지는 않는다. 굳이 저장해둘 필요가 없는 중요하지 않은 정보라고 판단하면 자동으로 기억에서 없애버린다.

중요한 정보의 기준은 기억하는 횟수다. 보통 한 달을 기준으로 몇 번 기억을 불러냈는지를 따진다. 많이 불러낸 기억일수록 중요한 기억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해마는 한 달에 한 번 자동 포맷되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한 번도 찾지 않은 기억은 자동 포맷과 함께 사라진다.

재독법. ⓒ박상배

물론 자주 불러내지 않아도 오랫동안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생명과 직결된 정보는 딱 한 번만 입력돼도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첫사랑의 설렘이나 꿈을 이루었을 때의 벅찬 감정도 오래 기억된다. 그 외의 기억들은 찾지 않으면 예외 없이 사라진다.

도망가려는 기억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반복’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무렵 다시 읽기를 네 번 반복하면 책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똑같이 네 번을 반복해 읽어도 어떤 주기로 반복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달라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하루가 지나면 70퍼센트를 잊어버리니 하루가 지났을 때 반복해 읽으면 기억의 상당 부분을 붙잡을 수 있다.

하루가 지나면서부터는 망각 속도가 다소 둔화되므로 일주일이 지났을 때 한 번 더 읽고, 2주째에 한 번 더, 마지막으로 4주째에 한 번 더 반복해 읽는다.

이를 1124(1일, 1주, 2주, 4주) 재독법이라 한다. 한 달 동안에 네 번을 반복해서 읽으면 해마가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정보라 판단하고 기억 속에 각인하는 작업을 한다.

반복해서 읽는 것은 네 번이면 충분하다. 해마가 자주 불러낼수록 깊숙이 저장한다면 많이 읽을수록 좋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 않다. 네 번 이상의 반복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지겹듯이 해마도 같은 정보를 네 번 이상 입력하고 또 입력하면 짜증을 낸다. 그러면 책 읽는 재미가 반감되어 책 내용이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한 달 안에 네 번 반복해서 읽으면 내용을 보다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달에 책을 여러 권 읽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1124 재독법을 실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은 빨리 삶을 변화시키고, 책을 읽은 효과를 확실하게 얻고 싶다면 1124 재독법을 꼭 적용해보기를 권한다. 생각하는 것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

3장에서 소개한 본깨적 책 읽기 방법을 활용하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1124 재독법을 실천할 수 있다. 모든 책을 다 다시 읽을 필요는 없다.

책을 읽고 나면 꼭 다시 읽어야 할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자연스럽게 구분할 수 있다. 현재 자신의 업무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거나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고 판단되는 책만 다시 읽어도 괜찮다.

박상배 06/17/2014 08:0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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